"10대 마지막 불태우겠다"…일본 고교생 절반 '과감한 선택'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08-10 07:00   수정 2023-08-10 16:37


지난해 일본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56.6%에 그쳤다. 그나마 최근 20년새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일본은 2013년까지도 4년제 대학 진학률이 절반에 불과했다. 2001년 4년제 대학 진학률은 40%였다.


1992년 384개였던 사립대가 2022년 620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4년제 대학진학률은 63.3%(2019년 한국교육개발원)였다. 대학 진학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흔히 일본인들은 대학입시에 목을 매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입에 목을 매지 않으니 사교육에 돈을 쏟아부을 일도 적다.


물론 일본도 대학의 서열이 존재하고,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초등학교부터 학원을 다니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중학교 입시가 존재한다. 일반 공립 중학교는 입시가 없지만 사립중학교나 사립보다 수업료가 저렴하면서도 입시 경쟁력이 뛰어난 중·고교 일관교에 들어가려면 시험을 치러야 한다.


도쿄의 경우 초등학생 5명 중 1명은 입시를 치르는 중학교를 선택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모교인 가이세이고(開成高校)는 일본 최고의 진학률 덕분에 전역에서 입시생이 몰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대입 경쟁은 한국에 비하면 약과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일단 학교에 들어가면 모두가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입시경쟁에 뛰어드는 한국과 달리 일본인들은 중·고등학교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다르다. 일본인의 절반 가까이는 중·고교 시절 부활동으로 청춘을 불사른 뒤 고교 졸업과 함께 생활 전선에 나선다. 진학을 하더라도 대학 간판 대신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전문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인이 대입에 목을 매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업을 물려받는 비율이 높은 일본 특유의 문화는 대학 진학률이 낮은 이유로 가장 흔하게 언급된다. 다만 최근에는 가업을 물려받더라도 대학을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명문대를 나와서 번듯한 직장 생활을 하다가 가업을 물려받는 사례가 심심지 않다. 부모도 자식이 대학 교육을 받고 취직해서 넓은 세상을 둘러보고 난 뒤 가업을 물려받기를 원하는 사례가 많다.


입시 경쟁 구도가 한국과 다소 다른 점도 대입 열기가 덜한 이유로 꼽힌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피라미드 구조로 대학의 서열이 나뉘어져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역별 명문대가 발달해 있다. 간토의 도쿄대와 간사이의 교토대를 중심으로 지역별 국립대가 지역 인재를 빨아들인다. 사립대 입시는 국립대와 별도로 치러진다. 두 개의 대학 입시가 존재하는 구도다.

최근에는 지역 인재를 지역 대학으로 유치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 62만명 가운데 지역 진학률은 44.8%에 달한다. 지역 진학률은 출신 고등학교와 같은 지역(도도부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비율을 말한다. 즉 일본 고교생 절반 가까이는 동네 대학에 진학한다는 뜻이다.


나고야가 있는 아이치현의 지역 진학률은 71.6%, 홋카이도는 67.1%에 달했다. 아이치현이나 홋카이도에서는 도쿄나 다른 지역의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10명 중 3~4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의대를 제외하면 입시생의 시선이 오직 'SKY'와 '인(in) 서울'로 몰려있는 한국과의 차이다.


게이오대와 와세다대 같은 명문 사립대 입시경쟁도 한국과 차이가 있다. 두드러진 차이는 '에스컬레이터식'이라고 불리는 자동진학 제도다. 같은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별도의 입시경쟁 없이 자동으로 진학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게이오초등학교(慶應幼稚?)를 입학하기만 하면 따로 시험을 보지 않고도 게이오중, 게이오고를 거쳐 게이오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의학과나 경영학과 같은 인기 학과는 따로 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그 밖의 과를 지망하는 학생은 초중고 12년간 입시경쟁에서 해방된다.


'게이오 브랜드' 가운데 가장 따기 힘든 과정이 게이오초등학교인 이유다. 게이오초등학교 6년간 들어가는 학비가 총 1000만엔(약 9190만원)에 달하는데도 매년 경쟁률이 10대 1을 넘는다.

한국에서라면 당장 '부의 대물림' 같은 불평등 논란이 벌어졌겠지만 일본에서는 "사립대학의 신입생 선발 방식은 사립대 고유 권한"이라는 전통이 강하고, 일본 사회도 이를 존중한다.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진학하는 학생의 숫자를 전체 정원의 10% 남짓으로 조절해 위화감을 최소화하는 것도 반발을 줄이는 요인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에스컬레이터식 진학제도 역시 과열되기 쉬운 입시 경쟁에 김을 빼는 역할을 한다.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진학한 대학생들은 입시 경쟁에서 자유로운 학창 시절을 보낸 덕분에 사고가 창의적인 편이라고 한다. (2편에서 계속)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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